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어워즈 보이콧 선언이 결국 주최 측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정규 5집 아리랑의 출품을 전면 거부한 지 약 2주 만에,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논란이 된 부문에 대한 전면 개편에 착수했습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시상식 참가 여부를 넘어 그래미의 아시아 음악 분류 방식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 내용
발표일: 2026년 8월 14일(현지시간), 레코딩 아카데미 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 성명 발표
배경: 2026년 6월 그래미,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신설 공표
논란: 아시아 언어 요건 규정이 유색인종 아티스트를 본상 경쟁에서 분리하는 조치라는 비판 제기
BTS 조치: 2026년 7월 29일 멤버 전원이 SNS를 통해 정규 5집 아리랑의 그래미 전면 출품 거부 발표
결과: 레코딩 아카데미, 해당 부문 존폐 및 규정 전반 재검토 착수 결정
마감 일정: 제69회 그래미 어워즈(2027년 2월) 온라인 출품 마감은 8월 21일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신설 배경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6월 아시안 팝의 다양성과 성장을 기린다는 취지로 신규 부문 신설을 발표했습니다.
K팝을 비롯해 J팝, C팝 등 아시아 언어로 제작된 곡을 별도로 평가하는 부문이었습니다.
이번 발표에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외에도 베스트 R&B 협업 또는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전통 팝 보컬 퍼포먼스, 베스트 전통 포크 앨범, 베스트 라틴 송 등 4개 부문이 함께 신설됐습니다.
문제는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언어 요건 규정이었습니다.
이 규정을 두고 음악계 안팎에서는 유색인종 아티스트를 주류 본상 경쟁에서 원천적으로 분리하는 장치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두아 리파나 에드 시런을 위해 유러피안 팝이라는 별도 부문을 만들지 않으면서, 아시아 음악만 따로 묶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BTS의 전면 출품 거부 선언
논란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BTS 멤버 전원은 개인 SNS를 통해 동일한 문구를 게시했습니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기보다는 그 자체로 온전히 들려지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2027년 2월 열릴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아리랑을 포함한 어떠한 음원도 출품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이 결정이 갖는 무게는 상당했습니다.
아리랑은 신설된 아시안 팝 부문뿐 아니라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 부문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던 앨범이었기 때문입니다.
BTS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는 못한 이력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K팝 아티스트 중 그래미 수상자는 배출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보이콧은 더 큰 상징성을 갖게 됐습니다.
발표 하루 뒤인 30일, 레코딩 아카데미 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BTS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아시안 팝 부문은 차별이 아니라 아시아 음악의 깊이와 다양성을 조명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해명만으로는 확산되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음악계와 학계로 번진 지지 여론
미국 뉴욕대 댄 차나스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그래미의 카테고리 다변화를 음반 산업의 역사적 인종격리가 낳은 부산물로 규정하며 BTS의 결단을 지지했습니다.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는 BTS의 불참이 그래미의 화제성과 시청률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팬덤 아미의 스트리밍 총공을 비롯한 집단행동도 이어졌으며, 보이콧 발표 이후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리더 RM은 곡 가사를 바꿔 부르며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레코딩 아카데미의 전면 개편 착수
사태가 확산되자 레코딩 아카데미는 K팝은 물론 J팝, C팝, 인도 음악계 관계자와 BTS 소속사 하이브 등과 긴급 연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14일(현지시간),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다시 한번 공식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래미 조직은 모든 음악인을 위해 존재하며, 어떤 목소리나 커뮤니티도 간과되거나 오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그래미의 역할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2주간 이해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포용적이 되고자 했던 의도와는 별개로 일부 아티스트들이 해당 카테고리를 자신들의 음악을 원하는 방식으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음이 분명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레코딩 아카데미는 전체 이사회와 시상·후보 선정 위원회를 소집해 해당 부문의 존폐 여부와 규정 손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더 나아가 100개가 넘는 그래미 부문 신설 프로세스 전반을 투명하게 개편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의 온라인 출품 마감은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구체적인 개편 방향이 어떻게 확정될지, 그리고 BTS의 최종 결정에 변화가 있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 사안이 글로벌 팝 시장을 이끄는 아티스트의 문제 제기가 오랜 시상식 관행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음악이 언어나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아야 한다는 BTS의 메시지가, 이번 개편 논의의 출발점이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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