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만나왔던 인물들의 모습 뒤에는 한 시대를 대표했던 화가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5만원권 속 신사임당과 5천원권 속 율곡 이이의 영정을 그린 한국화의 거장 일랑 이종상 화백이 별세했습니다. 향년 88세입니다.
이종상 화백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평소 지폐를 통해 익숙하게 봐왔던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모습이 누구의 작품이었는지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5만원권 신사임당, 5천원권 율곡 이이
이종상 화백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화폐 속 인물을 그린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5천원권에 들어간 율곡 이이 영정을 비롯해 2008년에는 5만원권에 등장하는 신사임당 영정을 제작했습니다.
특히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은 모자 관계이기 때문에 한 화가가 두 사람의 화폐 영정을 모두 남겼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종상 화백은 국가표준영정 여러 점을 제작하며 역사적 인물들을 화폭에 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직접 보지 않았더라도 매일 사용하는 지폐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해왔던 셈입니다.
한국화의 현대화를 고민했던 화가
이종상 화백은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대전고등학교 재학 시절 미술부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1961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대장간을 소재로 한 작품을 출품해 특선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그가 평생 중요하게 생각했던 화두 가운데 하나는 한국 미술의 자생성이었습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한국화를 그대로 이어가는 데 머무르기보다 우리 역사와 자연, 전통적인 재료와 표현 방식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한국화를 만들어내고자 했습니다.
현대진경과 원형상 연작 등을 통해 자연과 인간,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독도와 우리 역사에 대한 남다른 관심
이종상 화백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것이 독도입니다.
그는 오랜 기간 독도를 직접 찾아 그림으로 기록했고, 독도를 문화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고구려 고분벽화와 전통 회화에 대한 연구와 탐구를 이어가며 우리 미술의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데 힘썼습니다.
1997년에는 프랑스 외무성의 초청으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대형 벽화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작품세계를 국내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세계에 알리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던 작가였습니다.



서울대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써
이종상 화백은 작품 활동뿐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오랜 시간 활동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서울대 박물관장과 서울대미술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한국화의 전통과 현대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만큼 자신의 작품을 넘어 다음 세대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작품은 단순히 한 시대의 미술작품이라는 의미를 넘어 우리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이종상 화백 빈소와 발인
이종상 화백의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습니다.
발인은 9월 11일 오전 8시로 알려졌으며 장지는 서울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입니다.
우리에게는 5만원권의 신사임당, 5천원권의 율곡 이이로 먼저 기억될 수 있지만 이종상 화백의 삶은 그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한국화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독도와 우리 국토, 역사 속 인물들을 화폭에 담으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작가였습니다.


매일 손에 쥐는 지폐 속 얼굴을 통해 오랫동안 국민들과 만나온 화가였다는 점에서 그의 별세 소식이 더욱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한국화의 현대화와 우리 미술의 자생성을 평생 고민했던 이종상 화백.
우리 일상 속에 남겨진 그의 작품과 이름을 기억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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