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한때 백일섭 냄비, 백일섭 후라이팬으로 불리던 주방용품이 사실은 배우 백일섭이 광고모델로 참여한 제품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무려 20년 넘게 백일섭의 사진이 제품 홍보에 사용됐는데, 정작 백일섭과 업체 사이에는 광고모델 계약이 체결됐다는 증거가 없었던 것인데요.
결국 백일섭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섰고, 법원은 업체가 백일섭에게 총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백일섭 냄비, 정말 백일섭이 광고한 제품이었을까?
이번 사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입니다.
부산의 한 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는 1990년대 중반부터 냄비를 비롯한 주방용품에 백일섭의 사진이 담긴 스티커를 붙여 판매해왔습니다.
제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업체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제품 사진과 설명에도 백일섭의 얼굴이 사용됐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해당 제품이 이른바 백일섭 냄비, 백일섭 후라이팬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백일섭이 광고모델이거나 제품 개발 및 홍보에 참여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확인한 내용은 달랐습니다.
백일섭과 업체 사이에 광고모델 계약 없었다
업체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과거 백일섭과 광고모델 계약을 구두로 체결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1994년쯤 기간을 정하지 않은 광고모델 계약을 맺었고, 2010년쯤에는 모델료로 1천만 원을 지급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백일섭과 업체 사이에 실제 광고모델 계약이 체결됐거나 광고료가 지급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오랜 기간 백일섭 냄비로 알려진 제품의 이미지와 실제 계약 관계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셈입니다.


2019년 사용 중단 요구했는데도 계속 사용
백일섭 측은 2019년 9월 업체에 내용증명을 보내 자신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하고 있다며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도 업체는 이후에도 사진 사용을 이어갔습니다.
업체가 올해 2월 폐업할 때까지 백일섭이 마치 회사의 광고모델인 것처럼 사진을 이용해 영업했고, 이후에도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에는 사진이 포함된 제품 이미지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된 데다, 당사자가 직접 중단을 요구한 뒤에도 계속 사용했다는 점이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했습니다.


백일섭이 청구한 금액은 얼마였나?
백일섭은 업체가 자신의 동의 없이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초 백일섭 측이 청구한 금액은 상당했습니다.
재산상 손해 1억2443만 원과 위자료 3000만 원을 합쳐 총 1억5443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백일섭 측은 자신의 사진을 제품과 광고에 장기간 사용한 만큼 그에 따른 경제적 손해와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업체 측에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과거 광고모델 계약이 있었다는 취지로 맞섰습니다.


법원은 백일섭에게 1억 원 배상 판결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5단독은 백일섭이 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총 1억 원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재산상 손해가 8000만 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2000만 원입니다.
다만 백일섭 측이 주장했던 모든 법적 권리가 그대로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백일섭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백일섭이 주장한 퍼블리시티권을 독립적인 재산권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제품에 부착된 스티커 등에 백일섭의 이름이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해 성명권 침해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이번 판결의 핵심은 백일섭의 사진을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한 행위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왜 1억 원까지 배상하게 됐나?
법원은 백일섭의 인지도와 사진이 사용된 기간, 업체의 영업 과정 등을 고려해 손해액을 산정했습니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대중에게 얼굴이 공개되는 직업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초상이 상업적인 광고나 제품 홍보에 마음대로 사용되는 것까지 허용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20년이 넘는 장기간 동안 제품 홍보에 사용됐다는 점도 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엇보다 백일섭 측이 2019년에 이미 사용 중단을 요구했음에도 사진 사용이 계속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알고 보니 ‘백일섭 냄비’가 아니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사용되던 백일섭 냄비라는 표현 자체도 새롭게 보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부르던 이름과 실제 백일섭의 광고모델 여부는 전혀 다른 문제였던 것입니다.
백일섭이 직접 제품을 광고하거나 공식적으로 해당 주방용품의 모델 활동을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번 법원 판결을 통해 백일섭의 동의 없이 사진이 오랫동안 제품 홍보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특히 연예인의 사진을 이용해 제품의 신뢰도나 인지도를 높이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와 정식 계약이 중요하다는 점도 이번 사건에서 확인됐습니다.
평소 온라인에서 백일섭 냄비라는 이름으로 봤던 제품이 실제로는 백일섭과 아무런 광고 계약이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판결이 더욱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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